작성일 : 23-05-10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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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스님
삶에 저항하지 말라
올 여름에는 거의 책을 보지 않는다.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책을 가까이 접할 수도 없지만 비슷비슷한 소리에 진력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돋보기를 맞추어 쓴 지가 10년도 훨씬 넘기 때문에 눈이 쉬이 피로해져서 책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종이에 활자로 박힌 남의 글보다는 나 자신을 읽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보다 소중하게 여겨진다.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뜻밖에 묵은 일기장이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대충 훑어보면서 내 삶의 자취가 빛이 바랜 사진첩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995년 6월 17일(토요일), 남불 생 레미에서 쓴 대목. 여행 중에 가지고 간 크리슈나무르티의 <<명상집>>에서 인용한 글이 실려 있었다.
홀로 명상하라.
모든 것을 놓아 버려라.
이미 있었는지를 기억하지 말라.
굳이 기억하려 하면 그것은 이미 죽은 것이 되리라.
그리고 그것에 매달리면 다시는 홀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저 끝없는 고독, 저 사랑의 아름다움 속에서 그토록 순결하고 그토록 새롭게 명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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