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9-06 20:26
 조회 : 2,544
|
살아있는 사람은
법정 스님
나는 이틀이든 사흘이든 집을 비우고 나올 때는 휴지통을 늘 비워 버린다.
거기에는 거창한 비밀이 있어서가 아니고 끄적거리다 남은 종이쪽이거나 휴지조각 같은 것들인데 일단 불에 태워 버리고 나온다.
내가 집을 떠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할 때 남긴 물건들의 추한 꼴을 보이기 싫어서다.
그래서 그때그때 정리해 치운다.
이제 곧 가을이고 조금 있으면 나뭇잎을 다 떨어뜨린다.
계절의 변화를 보고 아 ~ 세상이 덧없구나.
벌써 가을이구나.
어느덧 한해도 두세 달밖에 안 남았네.
한탄하지 말라.
우리 눈에 보이는 낙엽이나 열매들이 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에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고 있는가.
비본질적인 것.
불필요한 것은 아깝지만 다 버려야 한다.
그래야 홀가분해진다.
나뭇잎을 떨어뜨려야 내년에 새 잎을 피울 수 있다.
나무가 그대로 묵은 잎을 달고 있다면 새 잎도 피어나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매 순간 어떤 생각, 불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고 새로워지고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그렇지 않으면 고정된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살아 있는 사람이다.
만날 그 사람, 똑 같은 빛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 어떤 틀에 박혀 벗어날 줄 모르는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낡은 것으로부터, 묵은 것으로부터, 비본질적인 것으로부터 거듭 거듭 털어버리고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