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말씀

작성일 : 26-06-10 15:36
일진화(一塵話)(2) - 한암 스님
 글쓴이 : 도심혜천
조회 : 427  
일진화(一塵話)(2)


한암 스님


천만고의 영웅호걸 하나도 간곳 없고

부귀문장 재자가인 북망산에 티끌이라

어제같이 청춘홍안 어느덧 백발일세

아홉 구멍에는 항상 부정한 물질 흐르고

가죽 주머니 속에 고름과 똥오줌 담았네.

광음이 신속함은 달아나는 말과 같고

잠깐 있다 없어짐은 풀끝에 이슬같고

생각 생각이 위태함은 바람속에 등불과 같아서

이제 날에 비록 살아 있으나

내일을 편안히 보존하기 어려우니

무엇을 구집하여 무엇을 애착하리.



이렇게 분명히 생각하면 자연히 망념(쓸데없는 생각)이 담박해지고 도념(공부에 대한 생각)이 증장하여 밖으로 일체 미혹한 경계가 끓는 물에 얼음 녹듯 합니다.

이렇게 망념이 공적하고 몸뚱이는 송장인데 그 가운데 앉고 눕고 가고 오고 잠도 자고 일도 하고 일체처소와 일체시중에 소소영령(昭昭靈靈 - 발고 명롱함) 지각(知覺)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의심하고 의심하되 옷 입고 밥 먹을 때 오줌 누고 똥 눌 때와 사람대해 문답할 때와 글 읽고 싯귀 쓸 때 일체처에 조금도 간단없이 성성하게 돈각(頓覺)하여 천 가지 마장과 만 가지 곤고를 당하더라도 더욱이 잡아들어 순일하게 나아가 잠자기도 폐해지고 밥 먹기도 잊어질 때 홀연히 깨달으면 본래 생긴 나의 부처 천진면목 절묘하다. 희도 않고 검도 않고 크지도 않고 작도 않고 늙지도 않고 젊도 않고 나도 않고 죽도 않고 아미타불이 아니며 석가세존이 아닌가.

천만가지 생각은 벌건 화로 불에 한 점 눈처럼 사라지고 큰 지혜광명은 곳을 따라 현전하리니 선지식을 찾아가서 요연(了然)히 인가 맞아 다시 의심없는 뒤에 소요방광(逍遙放曠) 지내가며 인연있는 중생을 제도하면 부처님 은혜와 부모은혜 시주은혜를 한꺼번에 갚아 마치리니 어찌 유쾌하지 아니하며 어찌 즐겁지 아니 하리요.

오호라 성인이 가신지가 이미 오래고 겁화(劫火)가 자주 자주 변천하여 우리 중생이 무명의 긴긴 밤에 잠을 깊이 들고 식경풍파(識境風波)에 나부껴 고동쳐서 마음을 돌이킬 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법(正法)을 보기를 흙덩이 같이 보고 혜명(慧命)을 이어 가는 이 알기를 아이들 희롱 지꺼리와 같이 알아 대도(大道)가 폐하여 행하지 못할 경우에 이르렀으니 어찌 애달프지 아니 하리오.

이러한 때를 당해서 선사(禪社 - 선원사)를 경성 중앙에 건립하여 영령(英靈)한 신사(信士 - 스승)을 권발(勸發 - 모시어)하여 이 도로 들어오게 함은 참으로 희유(기쁜)한 지라 경에 이르시되 '한 가지 깨끗한 마음이 정각(正覺)을 이루는 지라 항사보탑(恒沙寶塔)을 조성하는 것보다 낫다' 하시고 또 영가(永嘉)선사가 이르시되 '듣고 믿지 않더라도 부처될 종자의 바른 인연을 맺고 배워서 이루지 못하더라도 인천(人天)의 복을 덮는다' 하셨으니 하물며 듣고 믿고 배워 이루는 이야 그 공덕을 어찌 다 말하리오.

필자는 본래 저술에 능하지 못하고 또 지식이 천하여 스스로 우로(愚魯 - 미련함)를 지키며 아무런 마음 쓸 일이 없으나 경성 안국동에 40번지에서 '선원(禪苑)이란 소지(小誌 - 작은 책)를 간행한다고 선에 대하여 직절(아주) 평범하게 해설하여 보내라는 통지를 받음에 자연히 감상이 떠올라 문사의 활졸과 어조의 실격(자격이 없음)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약간 이까짓 것을 초하여 송정하나이다.

다시 한 말 있아오니 '이 법은 대승심(大乘心 - 보살도)을 발한 이를 위하여 설하며 최상승심을 발한 이를 위하여 설한다' 하셨습니다.

다시 한 말 있아오니 '법 가히 설할 것이 없는 것이 설법이라' 하셨습니다.

다시 한 말 있아오니 '금일이 신미년 4월 9일이 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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