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말씀

작성일 : 26-05-24 01:02
참선에 대하여(2) - 한암 스님
 글쓴이 : 도심혜천
조회 : 447  
참선에 대하여(2)


한암 스님


예로부터 상근기들의 깨달은 기연(機緣)이 전기에 실려 있어 일일이 듣기 어려우나 그 가운데 한 두가지를 들어  말하여 보자.

*석공선사는 본래 사냥꾼인데노루를 따라 마조의 암자 앞을 지나다가 묻기를

'나의 사슴 지나가는 것을 보셨습니까?'하자

이에 마조가 묻기를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저는 사냥꾼이 올시다'

'그대는 활을 쏠 줄 아는가?'

'예, 압니다'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는가?'

'화살 하나로 한 마리씩 잡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활을 쏠 줄 모르는구나'

'화상께서는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습니까?'

'나는 화살 하나로 한 무리를 쏜다'

'피차가 서로 생명을 가졌거늘 어찌하여 잔인하게도 한 무리씩이나 잡습니까?'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하여 자기를 쏘지 않는가?'

'저에게 자기를 쏘라 하시지만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에 마조가 다시 말 하기를

'이 사람의 여러 겁(劫)에 쌓인 무명이 오늘에야 활짝 벗어지는구나' 하니 석공이 활을 꺽고 버리고 시자(侍者)가 되었다.

*고정간선사는 처음에 강 건너서 덕산을 보고 멀리서 합장하면서 '안녕하십니까?'하였더니 덕산이 부채로 부르는 시늉을 하매 선사가 갑자기 깨닫고 피해 달아난 것과 구지화상이 천룡의 한 손가락 세우는데 크게 깨달은 것 등이 이것이다.

그러므로 조사문하에 쉬운 것을 주로 하고 어려움은 말하지 아니하니 왜 그러냐 하면 어느 곳이든지 버드나무에 말을 맬 수 있으며 집집마다 문앞의 큰 길은 모두 장안(서울)으로 통해져 있다.

그 누가 분(分)이 없으며 그 누가 능히 하지 못하리요.

산너머 연기를 보면 불이 난 줄 알고 담장 너머 뿔을 보면 소가 있는 줄 아나니 참으로 이른바 하지 않아서이지 능히 하지 못할 바는 아니로다.

부처와 중생이 한 이치로 고루 평등하고 범부와 성현이 둘이 아니건만 다만 믿지 않는 것만이 유감이니 믿는 마음만 발하면 본래 생긴 천진불성을 누구에게 양도하며 무슨 마음으로 물러 서리요.

그래서 화엄경에 이르기를 '믿음이 능히 여래 땅에 이르며 믿음이 능히 지혜의 공덕을 자라게 한다' 하셨다.

그런즉 신심을 내는 자가 곧 여래의 혜명을 이을 분이다.

오호라!

성현께서 태어나신지 오래되어 게으른 사람이 많고 부지런한 이는 적어서 자기의 일을 전부 망각하고 쓸데없는 탐진아망(貪嗔我慢))과 허망한 명상(名相 - 이름과 명예 등)과 유위(有爲 -부, 재산 등)를 집착하여 마음을 돌이킬줄을 못하니 일생 헛되이 보내서 어느덧 머리가 백발이 되었도다.

천당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앞길이 망망하니 누구를 탓하리오. 참선 못한 내 탓이다.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니 쓸쓸하기 짝이 없고, 슬픈 바람 이는 곳에 바람소리만 서늘하다.

황량한 풀밭에 부질없이 돌비석만 서 있고 녹양 중에 공연히 종이 돈만 걸렸도다.

죽을 때를 당하여서는 이와같은 비참한 경계를 면하지 못하나니 어찌 가석(애석) 아니하랴.

뜻있는 장부들 들어 보소.

옷 안에 밝은 구슬을 어째서 못 찾고 유리걸식 즐겨하며 집안의 보물 창고는

왜 버리고 비렁뱅이 거지는 못 면하나.

옷 가운데 밝은 구슬을 속히 찾고 집안의 보물 창고 얻었다면 사대(四大) 색신이 헛된 줄을 관하시고 육진(六塵)의 인연 그림자가 실됨이 없는 줄로 각오하시오.

불조의 성실한 말을 들어 베켜서 말하라면 바닷물로 먹을 갈아 써도 다하지 못하오나 진실한 공부를 얻으려면 많은 말이 필요 없으니, 그러므로 나옹조사가 이르신 말씀인즉 백천 가지 방편과 억만 가지 설화가 이곳에는 쓸 데 없다 하셨습니다.

한 선화자(禪和子)가 곁에 있다가 웃으며 말하기를 '위의 갈등이 모두 잘 아시는 말이거늘 첫머리에 달려들어 선을 알지 못한다는 말은 그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내가 말하기를 '너는 어찌 듣지 못했는가. 부처는 무식(無識)이라 하고 달마는 불식(不識)이라 하고 육조는 불회불법(不會佛法)이라 하셨느니라'

'어찌하여 불식불회 입니까?'

'불식 불식이요 불회 불회이니라'

'제가 실로 어둡고 우둔하여 낙처를 모르오니 자세히 일러 주시기 바랍니다'

'불회의 회처(會處)가 곧 불식처요, 식의 불식처가 곧 이 회의 불회처니라'

'그러면 회와 불회, 식과 불식이 둘이 아니란 말씀인가요?'

'그대는 무엇 때문에 스스로 엎치락 뒸치락 하는가?'

'어느 곳이 저의 엎치락 뒷치락 하는 곳입니까?'

'회와 식을 들으면 회와 식의 해석을 하려하고 불회와 불식을 들으면 불회외 불식을 해석하려 하니 이것

이 곧 말을 따라 해석하려는 것이라 엎칠락 뒷치락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말을 따라 해석하려 들지 않는다면 도에 계합합니까?'

'그만 두어라, 말하지 말라. 나의 법이 오묘해서 생각하기 어려우니라'

'그 생각하기 어려운 오묘함을 통하여 주소소'

'푸른 바다가 마르는 것은 볼지언정 마침내 그대에게 통해 줄 수는 없느니라'

선화자가 망연히 물러가거늘 내가 '사리야'하고 부르니 선화자가 돌아 보거늘, 내가 이르기를 '이 무엇인고!'하니 선화자가 말을 하려 하거늘 할!

일할 하니라.

 
   
 
  • 교구사찰소식
  • 불교용어사전
  • 종무자료실
  • 사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