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말씀

작성일 : 23-11-14 22:29
인연 따라가는 복 이야기(2) - 일타 스님
 글쓴이 : 도심혜천
조회 : 3,148  
인연 따라가는 복 이야기(2)

​

​일타 스님

​

​그는 너무나 기뻐 애첩에게로 달려갔지만 애첩은 조금도 반가와하는 기색이 없었다.

"당신이 떠난 후 정승 자리까지 마다하고 팔도강산 구석구석을 찾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었소. 이날 이때까지 당신만을 생각하며 살았다오. 과거지사는 따지지 않을테니 다시 한양으로 돌아갑시다."

그러나 애첩은 싫다고 하였다.

"그 숯 굽는 이가 나보다 좋소?"

"좋습니다."

"나보다 무엇이 더 좋다는 말이오?"

"하여간 저는 그이가 좋습니다."

"진정 돌아가지 않겠소?"

"절대로 안 갑니다."

절대로 안 간다는 말을 남기고 여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져갔다.

허정승은 너무나 허무하여 오대산 상원사에서 중이 되었다.

그리고 몇달을 참선하여

그토록 사랑했던 애첩이 떠나간 까닭을 생각하였다.

"왜 그녀가 나를 떠나갔을까? 왜 그녀는 나에 대해 그토록 냉정해진 것일까? 왜 도대체 왜?"

하루는 이 생각을 하며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

아픈 줄도 모르고 애첩이 떠나간 까닭을 생각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처는 이미 아물었고 잔디밭에는 피가 엉겨 있었다.

그 순간, 그토록 궁금해했던 자기와 애첩과의 과거 인연이 확연히 나타나는 것이었다.

허정승의 전생은 참선하던 승려였다.

어느날 그의 몸에 이 한 마리가 붙었다.

그는 몸이 가려웠지만 철저한 수행승답게 피를 제공할 뿐 이를 잡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공양을 받기 위해 신도 집에 초대되어 갔는데, 그날따라 이가 유난히 스님의 몸을 가렵게 만들었다.

스님은 몰래 그 이를 잡아 마루 옆에 있는 복실개의 몸에 놓았고, 그 이는 복실개의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아 먹고 살다가 죽었다.

그 인연이 금생에 와서 허정승과 애첩과 숯장사의 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는 애첩이 되어, 전생의 수행한 공덕으로 높은 벼슬을 한 허정승에게 찾아와 수 년간을 지극히 모셨고, 인연이 다하자 복실개의 후신인 숯장사를 따라가서 살게 되었던 것이며, 자신은 전생의 살아온 버릇대로 출가승이 되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좋은 일이거나 궂은 일이거나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것이다.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의 회의에 빠져들고 괴로워한다.

"왜 나는 이래야만 하는가?"

하지만 '나' 또는 "나"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기쁘고 슬픈 일들 모두가 '나'로 말미암아(因) 생겨난 일이고, 내가 관련되어(緣) 일어난 일들이니 어찌하랴.

그러므로 인연법에 비추어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잘 대치하여야 평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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