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말씀

작성일 : 26-07-11 21:09
해마다 새가지에 - 한암 스님
 글쓴이 : 도심혜천
조회 : 198  
해마다 새가지에


한암 스님


한 스님이 경청선사(鏡淸禪師)에게 묻기를 '새해 아침에 도리어 불법이 있습니까?'

경청선사가 이르시기를 '있느니라.'

스님이 다시 '어떤 것이 신년 들어 불법입니까?'

경청선사가 '설날 아침에 복을 비느니라.'

스님이 이르되 '스님께서 말씀해 주심을 사례하나이다.'

경청선사가 이르기를 '경청이 손해를 봤도다.'

또 한 스님이 명교선사(明敎)에게 묻기를 '새해 아침에 불법이 있습니까?'

경청선사가 이르기를 '없느니라.'

스님이 묻기를 '해마다 좋은 해요 날마다 좋은 날인데 어째서 없습니까?'

경청선사가 이르시되 '장씨 노인이 술을 먹었는데 이 씨 노인이 취했느니라.'

스님이 이르기를 '도도하고 건방지더니 용두사미가 되었습니다.'

경청선사가 이르기를 '명교가 오늘 손해를 봤도다.'

뒷날 *운문고선사(雲門고선사)가  이 이야기를 들어 이르시되 '이 두 존숙(尊宿 - 경청선사, 명교선사)이 하나는 높고 높은 봉우리를 향하여 섰으되 이마를 드러내지 않았고 하나는 깊고 깊은 바다 밑을 향하여 다녀도 발을 적시지 않았으니 옳기는 옳으나 약간의 잘못됨이 없지 않도다.'.

오늘 저녁에 누군가가 고상좌에게 묻기를 '새해 아침에도 불법이 있는가?'한다면 그에게 말하기를 '오늘 한 떼거리의 하인 놈들이 찻방 안에서 촌뜨기 노래와 덩더꿍이 춤으로 귀신을 놀리어서 점흉존자(點胸尊者)의 악심을 돋구어서 발우봉(鉢盂峰)을 들어 한번 던져서 항하사(恒河沙) 세계 밖으로 던지니 교진여(驕陳如)가 놀라서 허겁지겁 노주(露柱)를 거꾸로 타고 외고집 선객 *담판한(擔板漢)의  코구멍으로 뛰어 들어서 서주(舒州)의 천주봉(天柱峰)을 흔들어 쓰러뜨리니 안락산신(安樂山神)이 참을 수 없어서 뛰쳐나와 존자의 가슴을 잡아 주저앉혀 이르되 '존자는 이미 아라한이라 불리우니 삼계이십오유(三界二十五有)의 진노(盡勞 - 힘든 일)를 벗어났고 *분단생사(分段生死)를 초월하였거늘 어째서 아직도 허다한 무명이 있는가?'

그 한 질문에 존자는 어리둥절함을 이기지 못하여 다시 불전으로 돌아와 세째 자리에 앉아 여전히 가슴을 두드리고 팔뚝을 두드리면서 말하되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외치리라'하고 이어 스스로 말하되 '그만두라, 고상좌야 새해 아침에 불법을 물었거늘 어째서 허공에서 곤두박질치면서 헛소리로 사람을 속이는가?'하고 다시 '고상좌가 오늘 손해를 보았도다'하시니 이 위의 세 존숙의 답화가 각각 출신처가 있어서 기특한 중에 기특하고 미묘한 중에 미묘하나 자세히 점검해 보면 평지 위에서 마을 남녀들을 미치게 하여 마칠 날이 없도다.

오늘 어떤 사람이 한암에게 묻기를 '새해 아침에 불법이 있습니까?'하면 곧 그를 향하여 '오대산 위에 그물을 치리라'하리니 만약 어떤 이가 이 말을 알면 일생동안 참구하던 일을 마치리라.

그러나 요즈음 이 도리에 그러한 사람을 얻기 어려우니 시절이 그래서인가, 숙명적인가, 어찌하겠는가.

또한 기억하건대 *심문분선사(心聞賁禪師)가 경청, 명교 양 존숙의 화제에 대하여 송하기를

 

七寶盃酌菊萄酒(칠보배작국도주)하고 

金華紙寫淸平詞(금화지사청평사)로다

春風靜院無人見(춘풍정원무인견) 하니 

閑把君王玉笛吹(한파군왕옥적취)로다



이 게송을 자세히 해석하자면 “칠보의 보배잔에 포도주를 마시고 금화지 위에다 청평사를 쓰노라. 봄바람 고요한 후원에 보는 사람 없으니 한가히 군왕이 옥피리를 분다.”하셨으니 이 게송에 무한한 취미와 기권(機權 - 힘)이 사람의 흉금을 서늘케 하고 여흥이 진진하여 한번 읽으면 일체 진로망상이 끓는 물에 얼음 녹듯하여 자연히 *적양화(摘楊花) 소식을 얻는 줄 알지 못하거니와 다시한번 살펴보면 바람 없는데 파랑을 일으킴이며 일이 없는데 일을 만듬이라, 어찌 이렇듯이 낭자(狼藉 - 넘침)한고.

한암이 또한 게송이 하나 있으니 비록 옛사람의 송에 미치지 못하나 직절현현(直截顯現 - 바로 끊음이 확실)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보기가 쉬우니 시험으로 대중께 들어 바치려 하노라.

게송으로 이르되,



舊歲(구세)는 已隨石猿去(이수석원거)하고(옛해는 이미 돌잔나비 따라 갔고)

新年(신년)은 暗遂木鷄來(암수목계래)라(새해는 가만히 나무닭을 따라아오는지라)




時人(시인)은 善聽木鷄聲(선청목계성)하고(지금 사람은 나무닭의 소리 잘 들으시고)

更莫變顧石猿才(경막변고석원재)어다.(다시 돌잔나비 재주를 생각하여 돌아보지 말지어다.)



비록 이렇게 보기는 쉬우나 이 게송이 지는 문이 둘이 있으니 만약 누가 가려내면 네가 친히 조사를 친견했다 하리라.

알겠는가?

한암이 오늘 손해를 보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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