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0-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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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끝은 어디인가(1)
삼중 스님
“제가 합승을 해도 조금 양해해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합승을 하시지요.”
이렇게 말을 시작한 그 기사분, 옆차선으로 끼어들더니 마침 같은 방향으로 가는 한 사람을 태우게 됐다.
“손님, 죄송합니다.
“천만에요, 이렇게 합승이라도 하지 않으면 어려우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금 못 가서 그 손님이 내리자 기사는 백미러로 나를 쳐다보더니,
“어디선가 뵈었던 스님 같은데….”
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모른 척 다른 얘기를 꺼냈다.
“날씨도 무더운데 수고가 많으십니다.”
“열심히 벌어야지요! 제가 이렇게 합승이라도 하지 않으면 힘들지요. 고작 5십만 원밖에 안 되는 월급만 가지곤 먹고살기 어렵습니다, 스님.”
“한 달에 얼마나 버십니까?”
“전 한 달에 2백5십만 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택시 기사들보다는 조금 많은 편이지요.”
보통 회사택시치고는 수입이 꽤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자면 몸은 또 얼마나 혹사당하고 있겠는가.
안쓰러운 마음에 나는 그를 나무랐다.
“당신, 미쳤소?”
“네, 전 미쳤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많은 액수를 번단 말입니까?”
젊은 기사분을 다시 보니 복장은 여느 회사택시 기사였지만 스마트하게 생긴 외모에다 눈빛이 영리한 폼이 보통이 아닌 느낌이 들었다.
“실은…, 빚이 5천만 원이나 됩니다. 그것을 갚기 위해선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뛰어도 모자랍니다.”
“5천만 원이라면 보통 큰 돈이 아닌데, 왜 그처럼 엄청난 빚을 지시기 되었소?”
“제가 미친 탓이지요. 경마에 빠져 도박을 했는데…, 그만 실수로 엄청난 돈을 잃었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다니던 대기업에도 사표를 내야 했고…,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택시를 몰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내와 뱃속에 든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다. 그 기사분의 말이 나는 참으로 고맙게 느껴졌다.
“다행히 제 아내는 참 착한 여자이지요. 불평 한미다 없이 저를 믿어 주고 고생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내의 고마운 마음 때문에 전 다시 마음을 잡았습니다. 제 아내 때문에 사람 노릇을 하고 사는 셈이니까요.”
“정말 그렇겠군요. 불평 한마디 없이 살아 주는 게 보통 일은 아닌 거지요. 이제는 도박 안 하시는 겁니까?”
“죽어도 다시는 안 합니다!”
“열심히 사시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퍽 좋습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나중에 언젠가는 꼭 성공하실 게요. 그래서 손자를 무릎에 앉혀 놓고서 옛날이야기를 하실 날이 반드시 오겠지요. 그때 ‘나는 참 열심히 살았다.’라고 손주에게 얘기를 들려주시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나는 믿습니다.”
“스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아니오, 고마운 건 오히려 내 쪽이오. 열심히 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열심히 사는 그 젊은 기사분이 참으로 대견하게 생각됐다.
누구나 한 순간의 실수는 있는 법이다.
비록 도박빚을 져서 지금 현재는 힘들게 살고 있지만 실의에 빠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다 보니 많은 기사분들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지만 그들 중에는 사업이 망해서, 혹은 남의 빚보증을 잘못 선 탓에 가진 재산을 모두 잃고 택시 기사로 나선 이들이 많다.
그런 경우에는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생각으로 임시방편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또 이 기사분처럼 도박으로 돈을 모두 잃고 빚을 갚고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핸들을 잡는 경우도 있다.
도박을 왜 하는 것일까.
기사분들 중에도 이처럼 뻔히 알면서도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선 손쉽게 돈을 벌어 재미가 있으니 하게 되겠고, 또 처음 재미삼아 하던 것이 나중에 습관이 된 탓이다.
애써 하루 벌이를 해야 벌 수 있는 목돈이 손쉽게 굴러오니 솔솔 재미가 붙어서 하게 되고, 또 하다보니 돈을 잃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게 되고…, 안 봐도 쉽게 상상이 가는 일이다.
[출처] 삼중 스님 - 쾌락의 끝은 어디인가(1) (부처님 찾아 떠나는 여행) | 작성자 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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