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2-2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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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욕과 보시의 삶은 좋은 인연 만드는 길(2) - 범행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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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욕과 보시의 삶은 좋은 인연 만드는 길(2)
범행 스님
수행의 3요소는 잘 알다시피 대신심(大信心), 대의심(大疑心), 대분심(大忿心)입니다.
나의 경우는 신심으로부터 수행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생겼습니다.
나는 남들보다 늦게 출가를 했어요. 집안이 넉넉해서 화학공장을 경영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해 보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나이가 들어도 술·담배도 하지 않았고 세속적인 즐거움에는 초연한 편이었어요.
평소 몸이 약해 결혼도 하지 않았지요.
그러다가 공장에서 염소가 터지는 바람에 폐가 나빠졌어요.
당시 폐병에는 약이 없어서 시한부 인생이나 다름없었죠.
요양이나 할 생각으로 금산 태고사를 찾았어요. 그때가 28세.
태고사에는 나의 첫번째 은사가 되신 포산(飽山)스님이 계셨어요.
포산스님을 뵙고 토론을 많이 했습니다.
나는 당시 아리스토텔레스 전집 10권을 숙독하는 등 철학과 문학에 나름의 소양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던 터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처음 불교를 접하다보니 호기심도 들고 지적인 욕구도 강하던 터라 토론은 2주일 정도 계속되었어요.
결과는 내가 읽고 들은 철학·문학이 불교에는 필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예요.
철학·문학 등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그 위대하다는 서양의 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도 윤리도덕 정도의 가르침이었어요.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내 병이 업력으로 인해 생겼음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 역시 공업(共業)임을 알게 되었어요.
스님은 업장을 소멸하고 건강을 찾고 싶거든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열심히 외우라고 하시더군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잠도 안 자고 앉아서 부지런히 외웠어요.
아침·저녁엔 옆방 스님들과 참선도 같이하면서 약 5주 동안 일심으로 모다라니를 외웠습니다.
하루는 다라니를 외우고 있는데 비몽사몽간에 유명한 일본인 내과과장인 나리타가 나타났어요.
내몸 이곳 저곳을 검진하고나서 “다 나았다. 아주 기쁘다”고 말하더군요.
이 때 앉은 채로 꿈이 깨었는데, 날아갈 듯이 몸이 가뿐했어요.
문득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에 40리나 떨어진 연산시장으로 뛰어내려갔어요.
그전에는 입맛이 없어서 공양도 겨우 했는데, 시장에서 국수 떡 등을 배불리 먹었어요.
그러고 나니 기운이 솟는게 몸이 나은 것을 느꼈지요. 불법의 위력을 처음으로 실감한 순간이었어요.
부처님의 가피를 체험한 후 포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습니다.
포산스님은 앉아서 10리 밖의 일을 보고 듣고 하실 정도록 도가 높았어요.
포산스님은 ‘옴마니반메훔’ 6자대명왕진언을 외우셨는데, 모다라니를 계속 외웠어요.
스님에게서 주력수행법과 함께 생식·벽곡 등을 하는 신선도를 배우기도 했어요.
당시 태고사에는 5명의 스님이 계셨는데 모두 개성이 강하고 수행에 열심이었어요.
숙명여대 교수를 지낸 정남조 스님과 땡초라고 자임하던 스님, 한학자 출신 스님등 모두 학식도 높고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었어요.
그중 땡초스님은 묵언정진으로 ‘벙어리 시늉’을 계속 했어요.
나는 그걸 따라 해 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어렵더군요.
얼굴도 안 변하고 벙어리 흉내를 내는 것이 묵언정진보다 수십배나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 스님에게서 ‘탁발(托鉢)은 저렇게 하는구나’를 배웠지요.
6.25전쟁 때는 거지 생활을 곧잘 했습니다.
여름에는 남산에, 겨울에는 한강변에 움집을 지어놓고 거지 생활을 했어요.
솥단지를 걸어놓고 깡통에 담아온 음식을 모두 넣고 끓여요. 그러면 병도 안 생기고 참 맛있어요.
나는 부잣집에 태어나 잘 먹고 호강하며 지냈지만 깡통에 든 밥을 먹으면서도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어요.
‘일체유심조’라는 진리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가난한 사람일수록 없는 살림에 먹을 것을 나눠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부자는 인색한 것으로 부자가 되는가 보다’했지요.
탁발은 수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독소인 아만과 아집을 없애고, 보시하는 이의 복덕을 길러주는 공덕이 있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범행 스님 - 인욕과 보시의 삶은 좋은 인연 만드는 길(2) (부처님 찾아 떠나는 여행) |작성자 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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