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12-3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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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청상과부(6)
범철 스님
만산이 홍엽으로 붉게 물드는 가을 어느날, 박보살은 외로운 구석방에서 고승이 입적하듯 단정히 하얀 한복을 입고 손에는 염주를 든 채 슬프고도 고운 미소속에 좌선자세로 호흡을 거두었다.
그녀는 한 장의 사진으로 영단에 앉은 것이다.
박보살의 이야기를 마친 노보살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탄식하듯 말했다.
“그 후, 주지스님은 박 보살님이 바친 논을 팔아먹고 떠났지라우.”
“그랬습니까? 어떻게 그 짓을…!”
노보살은 코를 훌쩍 거리며 내게 물었다.
“그 주지스님은 입으로는 좋은 말씀 잘하시면서 어찌 불쌍한 여자가 부처님께 바친 논을 팔아먹고 갈 수 있을까요? 잉?”
“같은 승려로써 부끄러운 일입니다. 대신 박보살님의 영전에 제가 참회기도를 하겠습니다.”
노보살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시주한 논은 조계종에 등록하면 만세에 전한다는데 워찌 팔아먹고 떠날 수 있을까요? 잉?”
“그것은…재단법인인 조계종단의 재산에 등록한다고 박보살님을 속였겠지요. 불심깊은 박보살님은 등록된 문서를 확인을 하지 않으셨겠지요. 주지는 박보살님의 불심을 이용하여 박보살님 몰래 팔아먹고 떠난 것이지요. 그 스님은 자신이 지은 정업을 반드시 받게 될것입니다.”
나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빛 바랜 사진을 올려보며 향을 피우고 왕생극락을 기원하며 같은 승려의 한 사람으로서 참회의 큰 절을 올렸다.
“슬픈 운명의 박보살님, 탐욕스러운 승려를 용서해주세요.”
빛 바랜 사진 속의 박 보살님은 슬픈 미소속에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스님, 생사는 잠깐입니다. 죄업 짓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시고, 광제중생 하세요.”
노보살이 손수건으로 코를 팽 풀면서 다시 말했다.
“법철스님, 박보살님은 극락왕생을 하셨겄지요?”
“아, 예…..”
불교계에 신문을 보면 사찰을 매각한다며 광고를 내는 승려들이 부지기수이다.
그 사찰은 누가 지었을까?
승려들이 세속의 자신의 집에서 자갈 논 팔아서 지었을까? 아니다.
모두 착하고 불심 깊은 신도들이 보시하여 지은 사찰인 것이다.
승려는 신도들에게 부처님을 위하고 만세의 복을 받기 위해 사찰을 짓자고 세 치 혀를 놀리고 정작 사찰이 완성되면 이해득실을 따져 하루아침에 사찰을 매각하고 떠나려고 광고를 내고 있는 것이다.
어찌 승려에게만 도(道)가 있다고 할 것인가?
내가 생각컨대 박보살님은 사주팔자에 식상(食傷)이 치성하였거나, 무관(無官)사주였을 것이다.
여인의 팔자에는 관(官)이 신랑이다.
관은 정관(正官)과 편관(偏官)이 있는 바, 이 두 가지 중 하나도 없고, 대운에서조차 관을 못 만나면 신랑이 있을 수 없다.
설사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도 무관이면 만나는 남자는 잠시 머물고 가는 산마루의 구름같은 것, 언제나 혼자이다.
아아, 그것은 모두 피할 수 없는 전생의 정업일 것이다.
나는 부처님전에 분향하며 무위사 천불전 구석방에서 나무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외롭게 홀로 세상을 떠나간 박금숙보살님의 왕생극락을 기원한다.
지금 나의 귀에는 그녀의 나무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애절한 음성이 환청처럼 들려오고 있다.
우리는 왜 만나지 못했을까요?
박보살님, 내세에는 부처님 나라에서 행복하소서.
[출처] 범철 스님 - 15세 청상과부(6) (부처님 찾아 떠나는 여행) |작성자 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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