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불가)의 허물을 드러내다(揚於家醜 : 양어가추)(4)
한암 스님
당시에 법안문익선사(法眼文益禪師) 같으신 어른도 이 말씀을 들으시고 크게 놀라 온 몸에 땀을 흘리며 '부처님을 비방함이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하셨다가 이십년 뒤에 비로소 철저히 깨닫고 신심이 즐거워 법좌에 올라 대중에게 이를 기를 '운문의 기세가 왕과 같으나 또한 불법의 도리가 없도다' 하시니 운문선사가 듣고 이르기를 '나의 평생공부가 이 절자(浙者 - 법안은 절강성 사람)에게 간파 되었구나' 하셨으니 이 깊고 오묘한 도리는 법안선사와 같이 자기가 간파한 뒤에야 비로소 의심이 없는 것이요 먼저 깨달아 사무친 사람이 설파해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예전 사람이 깨달은 뒤에 선사(先師)를 찬탄하여 이르기를 '내가 선사의 도덕을 중히 여기지 아니하고 다만 선사가 나를 위해 설파하지 아니함을 중히 여기었으니 만일 나를 위해 설파하셨던들 어찌 오늘같은 깨달아 사무침이 있으리오' 하셨으니 이런 말씀을 보면 선문(禪門)의 비밀스런 말은 지해상량(知解商量 - 알고 이해하여 헤아리는 양 : 알음알이)으로 체득하지 못하는줄 확신할 것이다.
그런즉 이 의지를 진정하게 체득한 선지식이 혹염(或염 - 혹시 예를 들어) 혹송(或頌 - 계송으로) 혹상당(或上當 - 걸맞는 비교)하여 제시하신 것이 예로부터 한이 없지마는 그 가운데 조계하직전정맥(曺溪下直傳正脈 - 조계종 정통 불법) 17대본분종사이신 대혜종고선사(大慧)의 상당법어를 들어 해석하여 대중에게 보이고자 한다.
선사가 상당하여 이르시되 '*마지막 한 귀절(末後一句子)이 음성 이전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비로 쓴 듯하여 하늘과 땅을 뒤덮고 소리와 빛을 뒤덮었다.
*황면노자(黃面老者)가 그 하나(진리)를 얻고는 말하기를 '도솔천을 여의기전에 벌써 왕궁에 탄강하셨고 어머니의 태에서 나오기 전에 벌써 사람들을 다 제도하였다' 하셨고 탄생하실 때엔 일체 세계를 뒤흔들게 하시고 한 손으로 하늘을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사자후(獅子吼)를 하여 '하늘 위나 하늘 아래에 나만이 홀로 높다' 하시니 하나의 큰일을 위해서이다.
부처의 지견(智見)을 열고, 부처의 지견을 보이고, 부처의 지견을 깨닫게 하고, 부처의 지견에 들어가게 했으나 수천년 뒤에 그 절름발이 중(운문선사)에게 '방망이로 때려 죽여 개나 배불리 먹여주어 천하가 태평하기 바란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구나.
말해보라! '석가노자는 허물이 어디에 있는가?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큰 소리 한 탓일까? 남의 집 남녀들을 들뜨게 한 탓일까? 부처의 지견을 열고, 보이고, 깨닫고, 들게 한 탓일까? 이런식으로 따진다면 석가노자만을 비방할 뿐아니라 운문대사의 법은(法恩)을 저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서 만일 운문의 본뜻을 알면 자기의 본뜻도 알리니 말해보라. 본뜻이 어디에 있는가?' 하고 한참 있다가 말하기를 '만고의 푸른 못에 비친 달은 두세번씩이나 건져봐야 겨우 알겠는가?' 하였다.
필자(한암스님)가 이에 대하여 낯가죽이 세치나 두꺼움을 잊고 잠깐 몇마디 붙이려 하니 대혜선사의 이 법어를 보면 불조의 언구(말)를 심의식(心意識 - 마음)으로 체득하지 못한줄 스스로 깨달으려니와 또한 한결 같이 심의식으로 체득하지 못할 줄 알고 말아도 또한 옳지 못하니 그러면 불조의 의지가 과연 어느 곳에 떨어져 있는고?
만일 대혜의 낙처를 알면 곧 자기의 낙처를 알 것이요, 자기의 낙처를 알면 곧 운문의 낙처를 알 것이요, 운문의 낙처를 알면 곧 세존의 낙처를 알 거시니, 또한 말하리라.
과연 낙처가 어디인가?
마혜수라천왕(摩醯首羅天王)이 오도다. 알겠는가?
불로도 능히 태울 수 없으며 물로도 능히 적실 수 없으며 바람으로도 능히 날릴 수 없으며 칼로도 능히 쪼갤 수 없도다. 부드럽기는 솜과 같으며 견고하기는 철과 같으니 고금천하에 아는 이가 없도다 어찌하여 아는 사람이 없는가?
한참 있다가 이르기를 '늙은 오랑캐의 아는 것만 허락하고 늙은 오랑캐의 분별함은 허락하지 않는다 - 지허노호지(只許老胡知)하고 불허노호회(不許老胡會)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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