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말씀

작성일 : 21-11-14 09:33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 법정 스님
 글쓴이 : 기획원장
조회 : 3,570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

​법정 스님

​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출처] 법정 스님 -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부처님 찾아 떠나는 여행) | 작성자 성민

 
   
 
  • 교구사찰소식
  • 불교용어사전
  • 종무자료실
  • 사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