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말씀

작성일 : 21-11-01 01:14
봄 나무 그늘 아래 - 법정 스님
 글쓴이 : 기획원장
조회 : 3,686  
봄 나무 그늘 아래

​

​법정 스님

​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산마루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속 뜰에서는 맑은 수액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다.

혼자서 묵묵히 숲을 내다보고 있을 때 내 자신도

한 그루 정정한 나무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빈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그저 넉넉하고 충만할 뿐 결코 무료하지 않다.

이런 시간에 나는 무엇 엔가 그지없이 감사 드리고

싶어진다.

하루 스물네 시간 중에서 맑고 잔잔한

이런 여백이 없다면 내 삶은 탄력을 잃고

이내 시들해지고 말 것이다.

올해도 모란은 흐드러지게 피었다.

겨울 날씨가 춥지 않아서였던지 예년보다

한 열흘 앞당겨 피어났다.

모란 밭 곁에서 같은 무렵에 피어난 노오란

유채꽃이 모란의 자주색과 잘 어울렸다.

꽃의 빛깔과 모양이 같아서 유채 꽃이라 했지만

사실은 갓꽃이다.

지난해 겨울 김장을 하고 남겨둔 갓인데

봄이 되니 화사한 꽃을 피운 것이다.

철새로는 찌르레기가 맨 먼저 찾아왔다.

달력을 보니 4월9일, 쇳소리의 그 목청으로

온 골짝을 울리는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아주 반가웠다.

모란이 피기 시작한 날 밤에 소쩍새도 함께

목청을 열었다.

4월 16일로 적혀 있다.

잇따라 쏙독새, 일명 머슴새도 왔다.

머지않아 꾀꼬리와 뻐꾸기도 찾아올 것이다.

이렇게 철새들이 찾아와 첫인사를 전해올 때,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내 마음은 설렌다.

새의 노래는 (울음이 아니다) 잠든

우리 혼을 불러일으켜 준다.

굳어지려는 가슴에 물기를 보태 준다.

[출처] 법정 스님 - 봄 나무 그늘 아래 (부처님 찾아 떠나는 여행) | 작성자 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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