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말씀

작성일 : 21-07-20 04:39
거문고 줄 고르듯이 - 서암 스님
 글쓴이 : 기획원장
조회 : 3,793  
거문고 줄 고르듯이



서암 스님



스님들은 산에서 하루 한 끼만 드시기도 하고 장좌불와로 수행정진에 전념하시는데 우리 재가 신자들은 직장에도 나가야 하고 밥 세 끼 다 먹고 잠도 자야 생활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런 방법을 취해야만 확연히 깨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불교는 마음을 깨치는 법입니다.

마음 깨치는데 몸뚱이가 편하고 괴롭고 한가롭고 하는 것 자체는 별 상관이 없어요.

물론 사람의 근기에 따라서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공부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누가 나를 모략해서 막 부아가 날 때 ‘부아 나는 것아, 편지 한 장 쓸 동안 가만 있거라.’라고 한다 해서 그 부아 나는 것이 가만있겠어요?

또 목이 마를 때 ‘목마른 것아, 편지 한 장 쓸 동안 쉬어라.’라고 해도 그게 안 됩니다.

뭘 하든지 목마른 것이 습격해 오지요.

그것은 우리의 원력과 신심이 약해서 그런 겁니다.

신심이 돈독하면 바쁜 일을 할수록 더 정신이 나서 그 문제에 딱 착안이 됩니다.

아무리 몸이 바쁘더라도 마음에 항상 그 의심 덩어리가 걸려있어야 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력이 중요하다는 거지요.

대신심(大信心)이라, 참선하는데 신심이 굳어야 한다는 것은 꼭 해내야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다음에는 대분지(大憤志)라, 분한 생각이 있어야 하는 거지요.

왜 분하냐?

이걸 모르면 마치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이 만날 끌려 다닌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올 때도 죽을 때도 정신없이 오고가니 이보다 원통한 일이 어디 있나.

내 마음대로 죽고 내 마음대로 가고 내 마음대로 해야 하는데 고삐에 매여서 지옥에도 끌려가고 사람한테도 끌려들어 가니 이거 분통이 터질 일이 아니냐 이거지요.

그리고 대의단(大疑團)이라, 내 인생을 참말로 모르겠다 이겁니다.

이 대신심, 대분지, 대의단을 화두를 드는 삼대 요소라 그럽니다.

삼위일체라, 솥발 같아서 솥발이 둘만 돼도 솥이 기웁니다.

그러니까 말이 셋이지 하나가 철저해지면 셋이 다 철저해지고 갈라놓을 수 없는 겁니다.

대신심이 일어나는 것도 분한 생각이 나서 되는 것이라 갈라놓을 수 없어요.

철저하게 화두를 든다 하면 앉든지 눕든지 가든지 오든지 바쁘든지 한가하든지 상관없이 항상 집중해 있는 겁니다.

물론 자기 힘이 없는 사람은 종아리도 치고 자꾸 이야기해 주어 발심하게 하고 잊고 있으면 정신을 깨우쳐주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그래 선방과 선생이 있고 10년이고 5년이고 가르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을에 살고 바쁘다고 공부 못 하는 법은 없습니다.

아들 딸 키워가며 공부한 부설 거사도 있고 유마 거사나, 방 거사나, 윤필 거사 같은 분들은 마을에서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출가승보다 먼저 활연개오를 한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그 사람의 용기와 근기에 따른 것이지 일정하게 이 방법이 옳고 저 방법은 안 된다는 것은 없습니다.

조용하고 한가하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한가하면 장기 바둑 두고 어디 호프집에나 갈지언정 공부 안 하는 사람은 안 합니다.

아무리 바쁘고 눈코 뜰 새 없어도 그 문제가 목에 가시 걸리듯 걸려가지고 이걸 해결하지 않고서는 안 되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의단독로(疑團獨露)가 되어야 합니다.

의단독로에는 무슨 차제가 없습니다.

어떤 이는 한마디 듣고 두루 깨치기도 합니다.

꼭 어떤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건 없어요. 물론 사람에 따라서 산란심이 많은 사람을 지도하는 방법 중에 그런 것은 있지만 그건 몇 푼어치 안 됩니다.

참말로 용기가 있으면 그런 계제(階梯)를 탁 털어 버리라는 게 불교지, 일체 그런 게 없어요.

초발심시(初發心時) 변정각(便正覺)이라.

칼잡은 백정도 한마디 듣고 그 자리에서 칼 집어던지고 입지정각해서 성불하고 선악과 시비를 다 초월하는 겁니다.

[출처] 서암 스님 - 거문고 줄 고르듯이 (부처님 찾아 떠나는 여행) | 작성자 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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