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말씀

작성일 : 24-05-08 14:05
그대로 부처다(2) - 숭산 스님
 글쓴이 : 도심혜천
조회 : 3,044  
그대로 부처다(2)

​

숭산 스님

​


그런데 그 뒤로도 스님은 매일같이 앉아서 책을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루는 목욕물을 데워 목욕을 하시다가 신찬을 불렀다.

"오늘은 네가 나의 등을 밀어라."

"예."

신찬은 목욕탕에 들어갔다.

스님은 육덕(肉德)이 좋았다.

신찬은 등을 문지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법당은 좋다마는 영험 없는 부처로다. 호홉법당 불무영험(好好法堂, 佛無靈驗)“

이 말을 들은 스님이 듣고 괴이하게 여겨 뒤를 돌아보았다.

신찬은 또 “영험 없는 부처가 방광은 할 줄 알도다.”

불무영험 유방공(佛無靈驗 有放光)

라고 거리낌 없이 중얼거렸다.

서로 웃고 목욕을 마쳤다.

그러나 스님은 이 말들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

목욕을 하고 나서 한숨 주무시더니 일어나서 창문 앞에서 경을 보고 있었다.

마침 그때 벌 한 마리가 방안에 들어왔다가 나가지 못하고 창에 부딪혀 방바닥에 떨어지곤 하였다.

그때 신찬(神贊)이 게송을 지었다.

"빈 구멍을 즐겨 찾지 못하여 창에 부딪쳐 떨어지는 어리석은 놈아.

백 년을 고지(古紙)를 뚫고자 한들 어느 날 벗어날 기약이 있겠느냐?"


공문불긍출 투창야대치(空門不肯出 投窓也大痴)

백년찬고지 하일출두일(百年鑽古紙 何日出頭日)


이 소리를 듣고 스님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너 무엇이라 하였느냐?"

"벌이 들어와서 나가지 못하여 시를 하나 지었습니다."

"그래, 무슨 시냐? 한번 보자꾸나."

"공(空)의 문(門)으로 나갈 줄을 모르고 어리석어 창만 뚫으려하고 있구나.

100년을 낡은 종이 만 뚫으려 하니 어느 세월에 머리가 나가리오."

 
이 이야기를 듣고 계현(戒賢) 스님은 그 자리에서 깨쳤다.

"너 백장(百丈) 스님에게 가서 일만 하였다고 하더니 진짜 공부하고 왔구나!"

"그것뿐이 아닙니다, 진짜 백장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 크게 놀라실 것입니다."

"뭐, 백장 스님 법문이라고. 그 법문은 어떤 것이냐? 어서 한번 들어보자."

"그거야 그렇게 쉽게 들을 수 있습니까? 법답게 들어야지요."

스님은 곧 북을 치고 종을 쳐서 대중을 모아 법좌를 마련하고 상좌를 높이 올려 모셨다.

그리고 청법게(請法偈)를 하여 큰절로 3배를 하였다.

상좌에게 스님이 절을 한 것도 기이 하지만 스승의 절을 받고 있는 상좌 또한 기이하였다.

그러나 신찬은 이미 신찬이 아니다.

 
   
 
  • 교구사찰소식
  • 불교용어사전
  • 종무자료실
  • 사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