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2-1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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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왕삼매론에 대하여(9)
법정 스님
일곱째,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진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무리를 이루라'하셨느니라.
묘미가 있는 말이에요.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무리를 이루라는 거예요.
이게 뜻맞는 사람들끼리 살아야 하는데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라는게 상당히 갸웃갸웃해지는데 한 가정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가정에 아무 탈이 없는, 정말 서로 화합하고 화목한 가정이 이 세상에 더러 있겠지요.
많지는 않아요.
다 갈등이 있어요.
집안에 모두 효자만 있다면 좋을 것 같지만 그 집안 재미없어요.
인생을 모른다구요.
불효가 있기 때문에 효가 문제가 되는 거예요.
불효자가 있기 때문에 효의 값을 아는 거예요.
돌담을 쌓는데 똑 같은 돌은 필요가 없습니다.
큰 돌, 작은 돌, 모난 돌, 납작한 돌 다 필요하잖아요.
우리 조직사회, 이 세상도 마찬가지예요.
저마다 각기 독특한 개성이 틀린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거예요.
이때 전체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하면 돼요.
조화가 깨지면 그건 병든 상태이기 때문에 안 되고 자기 개성을 마음껏 발휘해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그거예요.
큰놈은 이런데 작은놈은 이렇더라.
비교하지 마세요.
비교하면 기분 나쁜 겁니다.
다 한 몫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세요.
어디에 내놓든 사람으로서 한 몫을 하면 된다니까요.
모두가 우등생?
말도 아니지.
우등생 아닌 사람이 있으니까 우등생이 있는 거지요.
여덟째, 공덕을 베풀 때에는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게 되면 불순한 생각이 움튼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덕 베푼 것을 헌 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공덕이란 공적과 덕행이지요.
한마디로 선행이에요.
선행을 베풀 때는 과보를 바라지 말라.
결과를 바라지 말라는 거예요.
과보를 바라면 장삿속이예요.
신앙생활은 공리성을 배제해야 합니다.
계약이 아니에요.
기도할 때, 요즘 수능시험 때문에 다급해진 엄마들 많지요?
결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합격이 됐든 불합격이 됐든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좋은 점수가 나오든 덜 나오든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 할 뿐이에요.
내가 안 할 수 없으니까 간절한 마음에서 기도할 뿐이지 따로 무슨 결과, 결과 갖고 따지지 말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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